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이 4일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 혼자 하지 말고 시스템을 지휘하라"고 시원하게 내질렀다.
한마디로 보기 싫은 ‘MB 원맨쇼’를 그만하라는 요청이다.
원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정보센터 이규원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무엇보다도 지금 정부의 위기대응 능력, 국가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라서 있기 때문에 (대통령은)정책 당국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엇박자가 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최종적인 조율을 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워낙 많은 국정을 직접 챙기다 보니 참 어려움이 많으실 텐데 갈등의 중심에 서지 말고 통합의 중심에 서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4대강 유역정비 사업에 대해 "운하에 대해서는 국민이 한 70%이상이 반대하고 있지 않느냐"며 "지금 이 시기에는 국민의 논란을 키우는 일들을 벌여서는 안 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원 의원의 지적처럼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그가 누구든 갈등의 중심에 서기보다는 통합의 중심에 서려는 노력을 보여야만 한다.
그런데 어찌된 노릇인지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까지 통합의 리더십을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국민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걱정되는 대목은 대운하 추진을 향한 이명박 대통령의 망상에 가까운 집념이다.
이로 인해 국민 갈등이 극에 달하는 상황이 초래될지도 모른다.
실제 각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아무래도 사단이 벌어지고야 말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한나라당 내 친이 직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한반도 대운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뤄내고야 만다’는 경의에 찬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상태라고 한다.
지난 5일 여의도에서 모인 친이 직계 인사들은 대운하추진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날 조해진 의원은 “내년 경제가 어려워지면 대규모 고용불안이 예상되는데 대운하 사업은 시작하는 즉시 고용을 유발할 수 있다”며 “대운하 사업은 이미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한 공약인 만큼 빨리 추진할수록 좋다”고 주장했다.
김영우 의원도 “촛불집회 국면에서 홍보도 제대로 못하고 접었지만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시킬 ‘이명박 표’ 경제동력은 역시 대운하 사업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권택기 의원이 한반도대운하연구회 장석효 씨를 은밀히 만났다는 소문도 들린다.
권 의원이 누구인가.
그는 안국포럼 출신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당선자 비서실 정무기획팀장을 거쳤으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대운하 재추진을 주장해 '리틀 이재오'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 사람이다.
장석효 씨는 이 대통령 서울시장 재임시절 부시장으로서 함께 자타가 공인하는 ‘MB맨’이다.
또한 그는 인수위에서 한반도 대운하 TF팀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이들이 만났다면, 그 화두는 당연히 한반도 대운하 재추진 문제일 것이다.
더구나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강승규 의원은 한 술자리 모임에서 양손을 번쩍 치켜들면서 “대운하 무조건 한다”고 공언했다는 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장외에서는 이미 부국환경포럼, 녹색미래실천연합 등이 한반도 대운하 추진을 위한 전국조직화를 모색하고 있다.
12월 초에는 ‘한반도대운하’를 적극 지지했던 ‘친환경물길잇기전국연대’와 ‘디지털미래연대’가 주축이 된 녹색미래실천연합이 공식 발족할 예정이며, 내년 1월 초에는 부국환경포럼이 정식 발족한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까지 가세했다.
그는 최근 4대강 치수 사업과 관련, “물길 잇기면 어떻고 대운하면 어때, 경제를 살려야지”라는 식의 발언을 했었다.
이에 따라 청와대·여당 관계자들은 ‘대운하 사업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반대가 있으면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이기 때문에 여론을 조성한 후 얼마든지 한반도 대운하 추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MB 원맨쇼’라는 것이다.
이쯤 되면 대통령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면서 국민갈등을 부채질하고, 그걸 즐기는 것이나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누군가 필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 자신을 찍은 사람들을 파멸시키고 있다. 그는 경제 회생을 염원하는 영세 상인들과 직장 얻는 게 꿈인 젊은 층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그를 지지한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삶의 희망을 잃고 절망의 나락에서 신음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지금 ‘MB 원맨쇼’를 처절한 심정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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