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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입적,물소리 바람소리따라 잘 가시오!

일 송 월 2010. 3. 12. 11:55
  • 법정스님 입적, 물소리 바람소리 따라 잘 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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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뉴시스

     

     

    많은 사람들이 더 살라 하여도, 많은 우매한 사람들이 더 가르쳐 달라 하여도, 모두 다 버리고 참새들만 짹짹거리던 세상길을 물소리 바람소리 따라 그렇게 가셨나 보다.

     

    경칩날 지나고 보기드문 큰 눈 내린 뒤에 산에는 꽃이 핀다 하시고 그렇게 텅빈 충만함으로 모든 인연의 사슬을 다 끊으셨네! 그래도,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큰 사람으로 사셨던 이승이 그리우셨던가 또다시 태어나면 다시 무소유의 수행을 하신다 그러시네!

     

    " 나는 가난한 탁발승이오.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적 한깡통, 허름한 담요 여섯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 이것 뿐이오!" - 간디어록(k. 크리팔라니)을 보시고 그렇게 부끄러워셨나 보다. 지금으로부터 37년전쯤에 느낀 스님의 길은 이미 무소유의 길로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되도록이면 하나라도 더 갖고자 하는 게 사람들의 인지상정일텐데, 스님은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몸에 익숙한 옷차림이 될때까지 수행만 하셨나 보다.

     

    난초 두 분을 정성스레 길렀다는 일화에서는 마침내 집착을 버릴 수 있었음을 전해주고 계시다. 

    " 집착이 괴로움인 것을, 그렇다. 나는 난초에 너무 집념한 것이다. 이 집착에서 벗어나겠다고 결심했다. 난을 가꾸면서는 산철( 승가의 유행기)에도 나그네 길을 떠나지 못한 채 꼼짝을 못했다. 밖에 볼일이 있어 잠시 방을 비울때면 환기가 되도록 들창문을 조금 열어 놓아야 했고, 분(盆)을 내놓은 채 나가다가 뒤미처 생각하고는 되돌아 와 들여놓고 나간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말 지독한 집착이었다. 며칠 후, 난초처럼 말이없는 친구가 놀러 왔기에 선뜻 그의 품에 분을 안겨 주었다. 비로소 나는 얽매임에서 벗어난 것이다. 날아갈 듯 홀가분한 해방감, 3년 가까이 함께 지낸 " 유정(有情)을 떠나 보냈는데도 서운하고 허전함보다 홀가분한 마음이 앞섰다."

     

    난을 키우면서 비로소 무소유의 삶을, 무소유의 길을 가면서 하나씩 버리면서 가는 고행의 길을 쉬지않고 그렇게 가실수 있었나 보다.

     

    " 내게는 소유가 범죄처럼 생각된다...... . " - 간디...

     

    소유와 무소유의 관념적 고찰에서 법정스님은 모든 인간이 소유에서 무소유사로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 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아마 싸우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 하셨다.

     

    " 우리들의 소유 관념이 때로는 우리들의 눈을 멀게 한다. 그래서, 자기의 분수까지도 돌볼 새 없이 들뜬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한번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다. 내 이 육신마저 버리고 홀홀히 떠나갈 것이다. 하고 많은 물량일지라도 우리를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번쯤 생각해볼 말씀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다른 의미이다."

     

    법정스님은 모든 것을 다 버리고 가시기 전에 다음과 같은 귀한 말씀을 전하셨다 한다.

     

    " 절대로 다비식 같은 것을 하지 말라. 이 몸뚱아리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소중한 나무들을 베지 말라. 내가 죽으면 강원도 오두막 앞에 내가 늘 좌선하던 커다란 넙적바위가 있으니 남아 있는 땔감 가져다가 그 위에 얹어 놓고 화장해 달라. 수의는 절대 만들지 말고, 내가 입던 옷을 입혀서 태워 달라. 그리고 타고 남은 재는 봄마다 나에게 아름다운 꽃공양을 바치던 오두막 뜰의 철쭉나무 아래 뿌려달라. 그것이 내가 꽃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어떤 거창한 의식도 하지 말고,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리지 말라"

     

    나는 지금 '무소유"라는 책을 소유하고 있으며 류시화 작가의 봄, 여름, 가을, 겨울도 소유하고 있다. 모든 책을 절판하라고 하셨는데 나는 시간이 나면 법정스님의 무소유의 관념적 철학에서 하신 말씀을 곱씹어 살펴 마음의 정신적 수양으로 삼고 싶다.

     

    스님은 마지막 순간까지 집착하지 않고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무소유의 충만감을 다 채우시고 고을마다 꽃을 피우시고, 사람마다 꽃을 다 피우시고 가신 것이리라! 산사의 풍경소리와 새들이 떠난 산사의 적막감 속에서도 홀로 독야청청 새들마저 숲속에 다 돌려 놓으셨네!

     

    마음에 꽃 피우고 산에 꽃 피우고 후인들의 가슴속에 꽃 활짝 피우고 가셨으니, 스님은 바람처럼 오셨다가 구름따라 그렇게 떠나셨네!

     

    고을고을마다 맑은 물 소리, 마음마음마다 잡고자 해도 잡히지 않은 바람소리를 전하고 가셨으니 눈물마저 슬프지 않을 것 같네!

     

    고인의 명복과 극락왕생도 소유가 아닐런지..., 회자정리 거자필반 (會者定離 去者必返)되면 또다시 무소유의 삶을 사시겠다 하셨으니 언젠가는 더 주려는 사람들로 가득찬 사람사는 세상에서 뵀으면 하네!

     

    " 우리는 물고 뜯고 싸우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서로 의지해 사랑하기 위해 만난 것이다."

     

    무척이나 소외된 사람들을 사랑하셨던 스님을 추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