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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펌] 그에게 국민은 맛사지걸- MB의 맛사지걸리즘

일 송 월 2009. 4. 17. 21:27

이명박은 대선 당시부터 철학과 비전이 없는 후보자로 비판받아 왔다. 굳이 철학 비슷한 것을 찾자면 'OO하면 어떻습니까, 경제 살리자는데'로 대표되는 경제만능주의라든가, 'CEO형 대통령'이라든가, '실용주의 정부' 따위 레토릭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반사회적 경제 만능주의는 급기야 '경제 망하면 어떻습니까, 경제 살리자는데'로까지 치환되는 가운데 대체 살리자는 것이 무엇인지 의심받고 있으며, CEO 대통령이랍시고 자신은 사장으로 군림하며 국민을 일용 노동자 취급하는 데 신물이 난 국민은 CEO를 해고하라고 나서는 판이며, 입으로는 실용주의 운운 해가며 안팎으로 강한 놈 챙기고 약한 놈 밟는 꼴을 보면 프래그머티즘의 태두들이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국가 원수의 통치 철학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어느 것이나 너무나 표리부동하며 졸렬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통치 철학이라기보다는 알맹이 없는 선거 전략용 슬로건이라고 비판을 받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에게는 정말로 철학이 없는 것일까. 시정잡배도 나름의 룰이 있으며, 하다못해 자릿세 찍는 형님들도 한 집에는 하루 두 번 드나들지 않는다는 나름의 철학이 있는데, 어쨌든 평생 뭔가를 위해 움직여 온 사람이 나름의 철학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럴 리는 없다. 그도 틀림없이 그만의 인생 철학을 갖고 있을 것이며, 그것이 무엇이든, 그가 청와대에 입성한 이래 각종 정책과 인사와 지시와 담화문과 호통을 통해서 암암리에 현현해 나왔을 것이다. 그게 뭘까.

통치 철학 집약된 마사지걸 발언

여기서 테이프를 친절하게 뒤로 돌려 보자. 이명박 후보가 이른바 '마사지걸 발언' 파문을 일으킨 1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2007년 8월28일 이명박은 언론사 편집국장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마사지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른다더라, 왜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얼굴이 예쁜 여자는 이미 많은 손님들을 받았겠지만 얼굴이 덜 예쁜 여자들은 자신을 선택해 준 게 고마워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하게 된다"라고 발언한 게 보도되어 큰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많은 사회 단체와 개인은 이명박의 마사지걸 발언에 대해 여성 비하라든가 성매매 합리화 같은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음이 명백해졌다. 이명박의 마사지걸 발언은 단순히 그의 여성관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그의 '철학'이 집약되어 나타난 핵심 발언이나 마찬가지다.

이 점을 이해해야, 이명박이 발언 이후 무려 여성계가 주최한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 가서도 "마사지걸 발언은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 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 이명박의 마사지걸 발언은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철학의 일면을 드러낸 발언이었으며, 따라서 여성계가 여성 비하에 대해 사과하라고 했을 때, 그는 왜 그래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경제나 정치를 모두 아우르는 이명박 철학의 핵심인 '마사지 걸 철학', 혹은
마사지걸리즘(Massagegirlism)의 핵심 테제를 다시 한번 인용해 보자:

마사지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른다더라, 왜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얼굴이 예쁜 여자는 이미 많은 손님들을 받았겠지만 얼굴이 덜 예쁜 여자들은 자신을 선택해 준 게 고마워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하게 된다.

이 발언을 그 품격에 어울리게 날것의 언어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세숫대야에 현혹되지 말고 신문지를 덮고라도 실속을 차리자.

이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돈값을 뽑겠다는 천박한 실용주의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이 발언에 담긴 마사지걸리즘 철학의 실천 윤리는

1) 못 생긴 자 / 미운 자 / 약자 / 못 가진 자를 선택한다,

2) 이 선택은 못 생긴 자 / 미운 자 / 약자 / 못 가진 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한 것이다,

3) 그러나 못 생긴 자 / 미운 자 / 약자 / 못 가진 자들은 이를 깨닫지 못하고 그저 나의 선택에 감사하게 된다,

4) 그들의 서비스를 최대한 빼먹으면 된다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내정 · 외교 모두 설명하는 키워드

이것은 왜곡된 실용주의, 혹은 결과지상주의가 집약되어 드러난 발언이다. 이 말 속에는 이명박 정부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명확히 알려줄 핵심 키워드가 숨어 있다. 마사지걸리즘이 2007년 대선과 2008년 2월 이후 한국 정치에 어떻게 적용되는가를 간단히 살펴보자.

1. 이명박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슬로건으로 많은 의혹을 덮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를 찍은 많은 서민은 생활이 팍팍하고 고달픈 나머지, 흠 많은 후보지만 혹시 돈벌이 하나는 제대로 시켜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그에게 표를 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마사지걸이었다. 이후보는 그들을 위해서 그들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이후보는 자신과 자신이 대표하는 비리 고소득층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다시 말해 국민으로부터 최대한 서비스를 뽑아먹기 위해 이들을 선택했을 뿐이다.

2. 국민은 도대체 국민의 소리에 귀를 귀울이지 않는 청와대에 대해 분노한다. 그러나 이것은 마사지걸리즘에 비추어 아주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일단 못 생긴 마사지걸을 선택하면, 그 다음부터 마사지걸은 고맙게도 자신을 뽑아준 손님에게 징징댈 권리가 없다. 잘 생긴 것들은 나름 튕길 수도 있고 톡톡거릴 수도 있지만, 못 생긴 것들은 그저 고마워해야 할 의무만 있을 뿐, 손님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가 없는 것이다. 왜 손님이 마사지걸들의 아우성에 귀를 귀울여야 한단 말인가.

3. 일단 선택이 끝났으면 그 다음은 최대한 서비스를 뽑아 먹어야 한다. 마사지걸 불러 놓고 체면 차리고 법 따지는 건 실용의 실자도 모르는 덜떨어진 자들이나 하는 짓이다. 불법 매매춘에 격식과 준법이 가당키나 한가. 법이고 체면이고 상관 없이 그저 밤새 돌리며 최대한 뽑아 먹는 것이다. 사회가, 국가가 20년 30년 후퇴하면 무슨 상관이랴.

4. 그래도 말은 계속 '국민을 섬긴다' '자세를 낮춘다' '소통에 힘쓴다' 라고 반복해야 한다. 그래야 마사지걸들은 다시 자기네를 선택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되고, 또다시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하게 된다.

5. 마사지걸리즘은 밖에서는 랩 독으로 불리며 안에서는 불독으로 행세하는 변종 외유내강형 외교 스타일도 잘 설명해 준다. 그러나 그 방향이 반대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안으로는 마사지걸들로부터 단물을 최대한 빨아먹지만, 밖으로는 스스로가 마사지걸이 되는 대자화를 획득하는 것이다. 부시나 일왕이 자신을 밀어주면, 못 생긴 자신을 선택해 준 게 고마워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하는 것이 바로 마사지걸리즘 철학에 입각한 외교다. 안의 마사지걸들이 뭐라고 악다구니를 치든, 국가대표 마사지걸이 나서서 쇠고기도 앞장서 수입하고 독도 문제도 시기가 안 좋으니 넘어가고 혹여 더위나 먹으실까 알뜰히 부채질도 해 드리는 것이다.

6. 마사지걸을 선택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명박의 인사 스타일도 잘 이해가 된다. 일 자체가 대놓고 자랑스럽게 떠들썩하게 내세울 일이 아니므로, 마사지걸 서비스를 받으러 갈 때는 아주 잘 아는 넘들끼리만 몰려가야 한다. 말하자면 고소영 언니나 강부자 아줌마 정도만 데리고 가야 하는 것이다. 물론 언제든 아무나 물어뜯을 준비가 되어 있는 충직한 개 두엇도 데리고 가야 하겠지.

이렇게 마사지걸리즘에 충실한 손님은 사실 마사지걸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아닐까 싶다. 얼굴 못 생겨도 뽑아 줬으니 고맙게 생각하라는 심산으로 온갖 뽕을 다 뽑으려 기를 쓰는 진상 정도가 되겠다. 그래도 오빠라도 부르려고 보니 한 놈은 웬 데 힘 다 빼고 자빠져 자고 있고 한 놈은 진상에게 붙어 알랑방구 끼고 난리다. 참 어려운 세상이다.

결국 마사지걸리즘에 충실한 이명박에게 국민은 마사지걸에 지나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독단과 전횡으로 점철된 상식 이하의 정국 운영 행태를 보노라면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국민은 앞으로 4년 동안 비대한 살집을 앞에 놓고 찍소리 없이 죽어라 마사지나 하고 있어야 할 모양이다. 아득하다. 못 생긴 것도 서러운데 그런 수모까지 겪어야 하다니.

 

출처 : 대한민국 박사모 (박사모)
글쓴이 : 정치전략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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